유상연의 아침엽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안도현

그린빌나 2006. 8. 2. 09:27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어떤 나그네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 길을 떠났다. 그러다가 하루는 어느 마을에서 집을 짓고 있는 광경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때마침 상량 고사를 지내는 날이어서 거기에는 이런저런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그는 술이나 한 잔 얻어먹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이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짓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풍수쟁이가 말했다.
“뭐니 뭐니 해도 집터를 잘 고르는 일이 중요하지요.”

그 다음에는 목수가 말했다.
“집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집을 부실하게 지으면 사상누각이 되고 맙니다. 설계와 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이 말을 이어 미장이가 말했다.
“내가 벽을 단단하게 바르지 않으면 바람이 들락거리는 집이 되고 말지요. 벽 공사를 잘 마무리하는 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드는 통에 경건해야 할 상량 고사가 점점 난장판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는 뒤늦게야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서로 뒤엉킨 사람들 사이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그 동안 팔짱을 끼고 소란을 지켜보고 있던 집주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시오?”
“그게 뭡니까?”

그는 눈이 번쩍 뜨였다. 한시바삐 그 대답을 듣고 싶어 그는 집주인에게 바싹 다가갔다.
“어서 빨리 저 쪽으로 가는 것이오.”

그는 집주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그가 또 다시 걸어가야 할 길이 가물가물 보였다.



등록일 : 200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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