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연의 아침엽서

일기장

그린빌나 2006. 9. 4. 09:27
10년 전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가족들이 경주에 다녀 온 기행문을 쓰라고 아들을 닦달하던 아내가 갑자기 허름한 책자를 꺼내며 묻는다. 그것이 기억날 리 없다.  “휴가를 보내고 있었어. 그 다음날은 배를 타고 섬 주변을 걸어 다녔고... 아, 아들이 처음으로 엄마· 라고 말을 했네. 그땐 당신은 안 믿었지? 참. 6년 전에는 애가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았네. 책이고 벽이고 도무지 가리지 않고 낙서를 하더니만...”  아내의 말에 머리 속에서 가물가물 거리던 희미한 기억들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었다. 숭어 홀치기 낙시꾼들이 눈길을 잡았던 항구의 구름한 점 없는 하늘엔 갈매기가 선회하고 있었다. 유난히도 말이 빨라 우리를 놀라게 했던 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런데 기행문 하나를 일주일! 째 미루고 있는 녀석이 엄마의 낡은 일기장에 담긴 이야기의 소중함을 얼마나 알 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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