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연의 아침엽서

호밀의 생명력

그린빌나 2006. 9. 15. 09:12

 

호밀이란 식물이 있다.


다 크면 키가 약 1.5~3 m에 이르는 보리의 일종인데, 추위에 강한데다 비가 잘오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하게 자란다. 호밀이 이토록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오하이오 대학에서 호밀을 심어서 뿌리의 길이를 잰 적이 있다. 별것 아닌 털뿌리들이 많다는 정도로 치부했던 과학자들은 연구를 거듭할수록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호밀 한 그루에 1천300만 개나 되는 실뿌리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아래로 아래로 향하는 굵고 깊게 뻗는 뿌리만 생각했지, 보잘 것 없는 이 실뿌리를 모두 연결하면 그 길이가 무려 1천100㎞에 달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호밀 뿐만 아니다. 모든 식물에서 큰 뿌리는 그저 중심을 잡아주는 일을 한다. 정작 한포기의 식물을 살리는 것은 사방으로 뻗어나간 솜털같은 잔뿌리들이다. 보잘 것 없고 연약한 이 뿌리들이 죽을 힘을 다해 흙 속의 박테리아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물과 영양을 끊임없이 빨아들여, 줄기와 잎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잔뿌리가 없다면 화려한 꽃이나 과실도 없다. 힙겹게 그러나 한 눈 팔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 호밀 잔뿌리와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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