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연의 아침엽서

용서하고 용서받기

그린빌나 2006. 9. 4. 09:31
사람은 용서를 통해 성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용서를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앤디 앤드루스는 용서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만 비로소 용서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용서는 기분이나 감정에 이끌려서 하는 게 아니라 머리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감정은 용서하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 용서하기로 결심을 하고 감정이 결심을 뒤따라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용서에는 용서하는 사람의 고뇌가 담겨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가 즐겨사용하던 예화도 그런 뜻이 담긴 것이 아닐까?
한 여자가 불륜을 저질렀다. 후회했다. 괴로웠다.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더 잘해주었다. 하지만 죄책감은 더 커져갔다. 견디다 못한 그녀는 결국 10년 만에 남편에게 자기의 불륜 사실을 고백했다. “여보! 10년 전에 제가 잠깐 실수로 한 남자와 그만 일을 저질렀어요...” 그 말을 들은 남편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한다. “알았어. 용서할게.” 그러자 아내가 얼굴을 붉히며 밖으로 나가면서 소리친다. “나는 당신과 더 이상 같이 못 살아요!” 남편이 놀라서 뒤따르며 말했습니다. “여보! 왜 그래? 용서한다고 했잖아?” 그때 아내가 말한다.

“당신의 용서는 구토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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