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지 대답 네 가지 대답 바빠서,차가 밀려서, 시계가 고장 나서, 집에 일이 있어서, 몸이 너무 좋지 않아서, 환경이 나빠서, 시간이 없어서, 늙어서, 회식 때문에,피곤해서… 살다 보면 자주 쓰는 말들이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렇게 말하다 보면 ‘반짝’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요즘은 심혈을 기울여 그..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7.18
가장 행복할 때 아이들은 늘 행복하다. 고민이 없어서 일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이를 앉혀 놓고 물어보면 그 나름대로 걱정도 많다. 이런 아이에게 잠시만 관심을 가지면 어른들과 다른 점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슬프고 걱정되는 일에 몰두하는 법이 없다. 아이들은 항상 재미있는 것, 흥미로운 것, ..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7.04
돈과 시인 나는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그 누구보다도 싫어한다.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므로 일하지 않고 돈을 가진 자들, 즉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태연하게 갉아먹고 있는 자, 노름판에서 남의 눈먼돈을 거저 주운 자,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천부당만부당하..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6.28
축구공 그리기 흰 도화지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고심한 적이 있었다. 축구공을 실감나게 그려야 했는데 미술에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월드컵에 쓰이는 꼭짓점이나 모서리가 없이 14개의 굽은 조각을 붙여 놓은 '팀가이스트(Teamgeist: 팀 정신)'라면 차라리 그..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6.27
첫사랑에 대하여 나는 나의 첫사랑을 모른다. 그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고 의아해할 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에 단 한 폭의 그림으로 저장되어 있는, 유일무이한, 딱히 첫사랑이라고 정의할 만한 사랑을 나는 모른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말을 내가 깊이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다. 그 말은 이 ..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6.26
사람사는 즐거움 참새 방앗간 못 지나가는 게 사람사는 즐거움이다. 조금 전까지 '오프사이드' '공격형 미드필더'가 뭐냐고 묻던 사람이 채 몇 분이 안돼 감독이나 된 것인 양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 혹독한 비평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의 견해가 옳던 그르던 상관없다. 어떻게든 의견을 말하고 충고를 하..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6.22
공짜술 먹는법 “이 새끼 배부른께 싸가지 없네.” “돈있고 주먹 있는 놈 나오라 그래.” 신발집 신씨는 흥돋구러 다가가고 아쉽게도 말리는 이 있다면 “이 새끼 기름기 묻은 놈 아니어?” “야 자슥아 좆달린 놈끼리 붙는데 넌 뭐여?” 이래저래 한판이 슬쩍 기울라치면 막걸리집 김노인이 웃음을 보내네 싸운 사..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6.21
후반전 멋 있다!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 카투만두에서 잠시 귀국한 선교사의 강연에 이런 생각이 번쩍 스쳤다. 사람을 사망시켜도 벌금 몇 푼이면 해결 되지만 소를 상하게 하면 곧바로 강제출국이 된다는 힌두교의 나라. 그곳에서 10년이 넘게 가족과 함께 의료봉사 활동을 하는 그는 아주 재미있게 살고 있다..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6.20
싫다, 사랑 바야흐로 이 세상에는 사랑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사랑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숨기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듯 사랑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데 여념이 없다. 그리하여 기꺼이 사랑의 노예가 되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낮에 만났다가, 사랑 때문에 저녁에는 헤어진다. 멋진 사랑 한 번 해 보지..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6.19
마음 꺼내 놓을 자리 언젠가 마음 더 챙기지 말고 꺼내놓을 자리는 방파제 끝이 되리. 앞에 노는 섬도 없고 헤픈 구름장도 없는 곳. 오가는 배 두어 척 제 갈 데로 가고 물 자국만 잠시 눈 깜박이며 출렁이다 지워지는 곳. 동해안 어느 조그만 어항 소금기 질척한 골목을 지나 생선들 함께 모로 누워 잠든 어둑한 어물전들을 .. 유상연의 아침엽서 2006.06.16